▶▶  김해영, 『낙태죄에 관한 고찰』, 청주대학교 1992    


Ⅲ. 낙태죄 논쟁의 변천에 관한 고찰

1.  낙태죄 논쟁의 전개

1906년 이래 낙태의 자유화가 논의된 것은 전세계에 걸친 현상이다 .

우리형법에 있어서도 이미 제정과 더불어 규정여부에 관하여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었다. 그러나 그 논거들은 한결같지 않고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입법의 타당성 여부로부터 존치냐 폐지냐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즉, 낙태죄 제정에 맞서 낙태죄는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태죄 제정에 반대하는 이론과의 논쟁이 계속되어 왔으며 이러한 논의는 70년대 모자보건법의 제정으로 말미암아 부분적으로 낙태가 합법화됨에  따라 그 규제력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여기에 다시 최근 새로운 과학적 논의양식이 첨가되었는데 이것이 최근에 논의되는 태아의 생명에 관한 논의이다.

1)  낙태죄의 제정과 본질에 관한 논의

낙태죄의 제정에 반대하여 낙태죄는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론이 낙태죄의 제정 당시 대두되어 그 본질에 관한 문제로 필요성 여하에 관한 이론들이 전개되었는데 그 주요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ⅰ)  종교적 근거로부터 낙태죄는 정당하다는 의견

이 의견들은 종교관에 근거하여 신이 부여한 생명을 인간이 임의로 없앨 수 없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러한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는 것이다 .

      -ⅱ)  인구정책적 사유로부터 낙태죄는 불필요하다는 의견

이 견해들은 주로 역사적으로도 낙태죄의 처벌은 인구증식의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처벌되어졌기 때문에 인구증가를 오히려 억제해야 할 현실에서는 낙태죄의 규정은 무리하다고 한다 .

      -ⅲ)  윤리적 근거로부터 낙태죄는 처벌되어져야 한다는 의견

이 견해는 많은 대중들로부터 근거하는 뿌리 깊은 견해이다. 즉 태아는 성생활의 결과이고 이는 책임질 수 있는 두 남녀간에 이루어 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성생활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한다. 즉 형법은 건전한 성도덕 . 성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 규율적 기능을 발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이상의 논의들이 우리형법제정 당시로부터 논의되어온 개략적 의견들이다. 먼저 첫번째 견해를 보면 오늘날의 과학적 입장에서는 수긍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는 낙태죄를 처벌하게 된 가장 유력한 근거였다. 즉 서양에 있어서 중세 이전에는 생산수단과 인구증가 사이에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낙태는 정당한 행위로써 통용되었으나  중세 기독교의 영향으로 낙태가 범죄로써 규정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도 같이 우리의 전통적 사상에 입각하여 본다면 오히려 그 반대적 현상을 보여준다. 즉 유교관은 그것이 가벌이냐 불가벌이냐의 판단에 있어 정신적 지도이념만을 제공하고 범죄냐 아니냐에 대한 직접적 판단을 회피하여 양심적 해결을 도모하여 왔던 것이다. 더군다나 현대에 있어 이미 종교와 법은 의식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전술한 근거는 종교적 입장에 불과하고 합리적 논거는 될 수 없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견해는 낙태죄에 관한 논쟁에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두번째 인구억제정책으로써 낙태죄는 무의미하다는 견해에 있어서는 현실적인 근거로써 낙태죄 논쟁의 핵을 이루고 있다. 즉, 사실상 낙태에 관한 처벌은 종교적 입장과 더불어 인구정책에 좌우되어왔던 것이다 . 이미 세계각국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를 적절히 조정하기 위하여 진통을 겪어왔다 . 더욱이 이는 인도주의적 견해에 부딪혀서 더욱 그 논쟁이 가속화되었다. 즉 전술한 기독교적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인도주의적 견해는 이미 태아도 인간 이전의 단계로써 그것이 불필요하다고 없애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한다고 하고 있다 . 여기에 다시 인구정책적 견해는 다음과 같은 또 하나의 중요한 논거를 들고 있다. 즉,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으며 자라야 하는 태아의 운명이나, 혹은 도저히 먹여 살릴 수 없는 자식을 낳아 일생을 굶주림에 떨어야 하는 것이 인도주의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하고 이러한 인도주의는 무책임한 인도주의이며 무자비한 인도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

세번째 윤리적 근거로써 낙태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견해는 다시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전통적 도덕율은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두번째는 전시상황을 격은 신생국가는  성풍속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간통죄를 처벌하기로 결의한 이상 성풍속 유지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 문제는 법과 도덕과의 영역에 있어 보다 심각한 고찰을 필요로 하고 이로부터 낙태죄를 벌하는 확고한 근거가 될 수 있느냐의 의문을 남기고 있다 . 그외 낙태죄의 처벌이유로서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관점도 지적이 되었으나  인구정책적 관점내지 성풍속의 유지라는 견해에 밀려 크게 부각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이러한 견해들은 존치냐 폐지냐의 논쟁으로서 특히 폐지론자들에게 있어서는 낙태죄를 통하여 출산을 강요받게 되는  여성들이 처하게 될 사회적 지위의 열악성을 극복하는데 있었다 . 여기에 덧붙여 만약 낙태를 처벌할 경우 파생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무자격자에 의한 시술이 횡행하게 되어 임부의 생명, 건강에 중대한 침해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도 아울러 논의되었다 .

2)  형법의 시행과 모자보건법 제정에 따른 낙태죄 논쟁

형법시행 이후 낙태죄 존폐론에 관한 논의는 정부의 가족계획사업의 실시로 인하여 다시 전개되었는데 이때의 논쟁의 성격은 존폐론에 관한 대립이 아니라 부분적 합법화 내지는 전면적 합법화에 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 특히 정부의 가족계획시책에 힘입어 학계에서는 낙태죄의 폐지에 관하여 주장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과 정부의 가족계획의 강력한 추진으로 보사부는 모자보건법을 입안하게 되었고, 이로인해 낙태죄의 부분적 합법화가 시도되자 다시 낙태의 존폐논쟁이 재현되었다 . 1973년 정부는 비상국무회의에서 모자보건법을 통과시겼고, 공포되어 같은 해 5월부터 시행되었다.

당시의 견해는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

     -ⅰ)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종교관과 윤리관 등에 입각하여 인공임신중절은 불가하다는 의견,

     -ⅱ)  경제발전과 가족계획등을 위해 낙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모자보건법의 실시로 인해 낙태가 부분적으로 합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1950년대 후반기부터 낙태에 관하여 이미 죄의식이 소멸되어가는 상태였고  낙태가 성행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모자보건법의 실시는 낙태죄에 있어 실제현상과의 괴리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고 그 규제력을 상실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낙태죄는 그 존재로써 규범력은 여전히 정서적으로 여성들의, 특히 미혼여성들의 성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즉, 성규범의 이탈로 발생한 여성들의 도덕적 방종과 무책임에 대하여 『부자연스러운 성』 이라는 규범적 제재력으로 대항해 온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에 힘입어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고 서구화의 영향에 따라 성규범이 바뀌어짐에 따라 낙태법은 현실적 규제력을 현저히 잃게 되고 전술한 낙태의 규범적 근거는 새로운 이론으로 변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2.  오늘에 있어 낙태죄 논쟁

전술한 바와 같이 낙태죄는 가속화된 산업화에 힘입은 윤리관의 변천이나, 성개방화, 특히 인구억제정책에 의해 그 허용을 강요당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대두되기 시작한 태아의 생명에 관한 견해는  낙태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서독 연방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서독 기본법 제 2조 2항 1단이 어느 누구라도 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것은 완성된 인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체내에 성장하고 있는 생명체까지 포함시킨 말이다.』

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낙태죄의 존치는 그 논거가 여성의 성통제를 통한 사회규범준수라는 면에서 탈피하여 태아의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생명과 인간을 중히 여기는 인권준수에 관한 규범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대법원도 이같은 취지에서 낙태된 태아가 살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여 죽게 한 의사를 처벌하면서 법적으로 보호되는 인간의 생명의 범주에 태아를 포함했다.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써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던지 또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아래 국민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 』

여기에 의료기술의 발달은 태아의 생명에 대한 경각심마저 불러일으키면서 태아에게 의학적 의미의 인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항하여 다시 여성들의 주체적 삶 내지 사회관계가 부각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논거가 이에 맞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국가의 인구억제장치로서 부분적 합법화가 낳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즉, 국가에 있어서는 법적으로는 개인의 낙태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인구정책적으로는 이를 묵인 내지는 조장하고 있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여성들의 재생산행위를 변화시키는 물질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자녀 가정의 경제성을 실천하는데 그 촛점이 있었을 뿐 변화된 사회상황에서 여성이 자기 삶을 주도하기 위해 출산력을 조정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지는 않았으며 여기에 반동적으로 이러한 자기결정권의 확보라는 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그리하여 여기에 관하여 여성들이 재생산과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 혹은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출산 조절 방법이 있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